2018년 2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진행하는 기업과 예술인들의 협업지원사업에 선정됐다. 협업주제는 ‘안전과 예술의 접점찾기’ 다. 6개월간 4명의 예술인들과 가감없는 토론을 했다. ‘교통’ 그리고 ‘안전’이라는 주제는 누구나 다 알고있는 듯 하다. 그러나, 디테일한 얘기들이 오가다보니 흥미가 유발되고 안보이던 부분이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저는 교통기술사로 (주)티테크이앤씨를 이끌고 있고 교통설계 및 평가 전문가이며, 교통이라는 공적 분야의 실무는 물론, 정부 및 지자체에서 심의 및 자문위원, 평가위원과 시민단체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공익적 활동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뜻있는 분들과 교통안전모니터링협회를 조직했고 스마트시티 속도관리 어플 ‘럭키스’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티테크이앤씨는 뭐하는 회사이며, 교통기술사는 어떤 일을 하며, 협회는 어떤 활동을 하며, 럭키스는 어떤 어플인가요?” “글쎄요,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주)티테크이앤씨, 교통기술사, 교통안전모니터링협회, 럭키스’는 모두 교통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위험하고 불편한 교통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을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교통은 그저 일상일뿐이죠. 다소 불편하지만 뭔가 이상하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요. 그것이 편리하면, 그것으로 족하고 그것이 불편하다 하더라도 또한, 그것으로 족하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예를 들어 저는 버스정류장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조금 전문적인 용어를 곁들이자면 버스베이(Bus Bay)라는 것이 있고 쉘터(Shelter)라는 것이 있습니다. 버스보더(Bus Board)라는 것도 있습니다. 버스베이는 보도측이 움푹 파여 있어서 통과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한 거고 버스보더는 보도가 튀어나와있는 정반대의 개념으로 보행자에게는 획기적인 시설입니다. 버스베이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버스보더는 인덕원 버스정류장이 아마 우리나라 최초일겁니다. 우리 협회에서 제안해서 만들어진 거죠. 버스정류장은 공공공간이지만,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미명아래 특정 광고업체의 획일화된 버스쉘터와 광고공간으로 잠식되어 공공공간으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되었습니다. 더 이상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된거죠. 버스정류장은 여러 가지 특별한 공간으로 버스 승하차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와의 만남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잠시 기다리면서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버스쉘터를 예술작품으로 만들거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갖춘 조형물로 만들거나 하면 훨씬 더 따뜻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버스정류장이 공공공간이라는 생각을 미쳐 못해봤어요.”
이렇게 시작된 토론에서 “당신은 ‘교통덕후’군요. 아니면 ‘프로 불편러’이거나요.”
“‘프로 불편러’는 좀 불편해 보이고요. ‘교통 덕후’라... 재밌는 별명을 하나 붙여주시네요.”
이렇게 ‘교통덕후’가 탄생했다.
“럭키스, 안전과의 접점, 모니터링, 안전속도, 스마트시티... 뭐 이런 주제는 너무 재미없거나 딱딱하니까 ‘교통덕후’ 캐릭터로 인문학적 교통, 사람 냄새나는 교통이라는 접근법을 모색해보는 건 어떨가요?”
소설가 김은영은 ‘정류장 타자기‘, 드라마터그 김상숙은 ’산책하는 모니터링‘, 연극인이자 영상전문가 이해나는 ’퇴근길 버스정류장‘, 퍼실리테이터 주희란(미술)은 ’교통덕후‘ 캐릭터를 만들어 ’인문학적 냄새가 나는 교통으로의 접근‘을 시도했다.
어찌보면, 이것은 엔지니어의 편협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각과는 차원이 다른 예술적 시도일 수 있다. 수치와 계산으로만 점철된 공학적 마인드가 녹아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교통 분야가 이런 방식으로도 진행될 수 있겠구나. 이런 시도가 오히려 더 큰 반향이 될 수 있겠구나.”
이건 뜻밖의 수확이다. 우리가 처음에 예상한 로드맵은 단순히 예술인들이 만들어준 홍보자료를 활용해 ‘럭키스’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엔 말 그대로 엔지니어와 예술인들의 콜라보가 만들어낸‘발상의 전환’이 있는 것 같다.
‘교통덕후 캐릭터’, ‘인문학적 접근의 정류장 타자기‘, ’산책하는 모니터링‘, ’퇴근길 버스정류장‘ 작업을 도와준 4명의 예술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더불어 이런 기회를 준 문화관광체육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도 감사를 전한다.